구단뉴스

  HOME  >  공지사항  >  구단뉴스

[충남아산 U-18 감독 인터뷰] “몸보다는 ‘뇌’를 쓰는 훈련을 하라”

작성자 : 관리자2020-12-14  |  VIEW 826


(베스트 일레븐=아산)

오동훈 감독은 충남아산 FC의 U-18 팀을 이끈다. 올해 창단한 충남아산은 유소년팀의 초석을 닦을 인물로 여러 후보군 중 과감하게 오 감독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비 선수 출신이지만 오 감독의 독특한 경험과 이력과 능력, 나아가 축구를 대하는 진중한 자세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오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UEFA(유럽축구연맹) PRO 라이선스를 취득한 ‘인재’다. 아울러 포르투갈·브라질·스페인의 유스팀과 성인팀에서 감독 및 코치 임무를 수행하며 지도자로서 역량을 갈고 닦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지 않은 사령탑임에도 이렇게나 족적이 굵직한 이는 드물지 싶다.

유럽 스타일로 코칭을 하는 오 감독이기에 한국 생활의 어려움은 있었다. 충남아산에 고작 한 해를 머물렀을 뿐이지만 오 감독은 1년을 10년처럼 살았다. 유럽식 지도 방식 때문인지 학부모와 기 싸움도 적잖았고, 때문에 선수단 중 일부가 이탈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오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중이다.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매 순간 충실하며 의미를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꼿꼿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신을 향한 믿음, 그간의 시간을 통해 축적한 방법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다. <베스트 일레븐>은 그런 오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혹자는 그를 한국 유소년 축구계의 이단아처럼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원래 평범한 이가 아닌 이단아가 바꾸는 법이다.
 




b11: 한국에서 감독직을 처음으로 수행한 2020년이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다. 한국 유소년 축구에 특수한 문화가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를 파악했다.”

b11: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U-18 선수단 중 일부가 이탈하는 일도 발생했고, 지역지에서 오 감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악성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왜 그랬던 걸까요?

“일단 이슈가 됐던 게 진학이다. 올해 3학년이었던 학생들의 진학 문제는 없었다. 언론에 나왔던 내용 중에 내가 선수들의 진학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성적과 육성,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염두에 뒀다. 그 두 가지를 분리시킨 적은 없다. 또한 육성만을 추구한다고 성적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고, 개인적으로 올해는 충남아산 유소년팀이 발전을 이루었다고 본다. 아무래도 학부모들과 소통이 원만하지 않았던 게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됐던 듯하다.”

b11: 학부모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요?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연습 경기를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지방의 모 대학과 잡은 것이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말한다. ‘그런 대학 말고, A급 대학이랑 잡을 수 없냐고’ 말이다. 이건 충남아산과 연습 경기를 벌인 대학에 매우 실례가 되는 발언이다. 실제로 해당 대학은 작년에도 전국체전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굉장한 팀이다. 학부모들은 소위 말하는 학업을 통해 갈 수 있는 명문대 혹은 인서울을 축구에서도 좋은 대학교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또한, 한국엔 3학년 선수들의 진학을 위한 경기 출전 여부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불만을 가지는 학부모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의 궁극적 목표를 바라본다면 프로에서 경쟁력이 있는 선수를 길러내는 게 먼저다. 기회는 실력에 따라, 노력 여하에 따라,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먼저 내보내는 게 맞다.”b11: 그렇다면 2020년 충남아산 U-18 팀의 실제 성과는 어땠나요?

“부임하기 전 구단 유소년팀의 경기를 꼼꼼히 분석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공격 지역 패스 횟수가 부쩍 상승했다. 이런 데이터로 우월감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충남아산은 이제 강팀이 아니고서는 어느 정도 ‘주도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경기를 주도한다는 건 상대에게 기회를 덜 준다는 뜻이다. 2020년의 충남아산은 K리그 유스 명문 클럽을 제외하고는 어떤 곳을 만나더라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b11: 실제로 순위가 예년에 비해 올랐고, 어쨌든 3학년 학생들도 대학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들인 노력과 성과에 비해 돌아오는 바람이 차가워 박탈감도 있었을 텐데요.

“괜찮다.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웬만한 일은 견뎌낼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홀가분하다.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다음 단계를 밟아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지역 언론에서 나의 명예가 훼손될 만한 기사를 많이 내보냈는데,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운영에 있어 피부로 느껴지는 어려움이 있으면 힘들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b11: 오 감독의 코칭 스타일을 한국 유소년들에게 접목할 때 어떤 경험을 했나요?

“일단 아이들이 자기 주장이 강하진 않은 편이다. 생각을 물어보고 수평적 위치에서 소통을 시도해도 ‘할 이야기가 따로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런 걸 보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며 자라왔던 아이들이라 나의 스타일이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나의 훈련에 이질감은 있을 수 있다. 나는 몸을 쓰는 훈련보다는 뇌를 쓰는 훈련을 지향한다. 훈련에서 여러 가지 룰을 설정하는 편이다. 물론 생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상황별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 피치에서 짧은 시간에 결정을 할 수 있어야 다음이 있다.”
 



 

b11: 사실상 충남아산의 유스 총괄 책임자이니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수로서 개별적 성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 개별적 성장을 이루면 분명히 팀 적으로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날 거라고 믿는다. 어떤 상황에도 딱 한 가지 지양하는 건, 성적만을 위한 축구다. 이건 학부모들과 상담을 할 때도 못을 박아뒀던 부분이다. 다이렉트 축구를 할 순 없다. 이미 다 완성이 된 프로에서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어린 선수들은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한다. 다이렉트 축구를 하면 센터백과 센터포워드만 경기에 관여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만 한다. 그러면 발전은 없다. 물론 경기 중에 지나친 압박감은 주지 않는다. 훈련은 성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더라도, 경기 중 선택은 결국 선수 본인의 몫이다.”

b11: 2020년 선수단의 ‘관리자’로서 배운 점이 있다면요?

“나는 선수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 내가 배운 축구는 그랬다. 경기를 할 때도 똑같은 눈높이에서 최대한 많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물론 이런 방식에 괴리감이 들 때도 있다. 주변의 누군가는 아이들을 ‘한국식’으로 압박하며 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이 무너지거나 제가 올해 겪은 일처럼 학부모와 아이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격적 대우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내가 아닌 일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 방향성을 바꾸고 싶진 않다. 다만, 2021년은 2020년보다 더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지 싶다. 그게 나의 숙제다.”

b11: 구단에서 오 감독에게 제시한 비전은 무엇이었나요?

“나를 최대한 도와준다. 구단에서는 성적으로 압박하지 않는다. 아예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충남아산에서 강조하는 건 두 가지다. 어린 선수들의 육성과 인성 함양, 그런 부분을 역설한다. 충남아산은 재밌는 축구, 볼 맛이 나는 축구를 추구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축구를 한다고 성적과 동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b11: 한 구단에서 프로와 유소년팀의 철학 공유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과는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맞다. 유소년은 프로팀의 색깔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 팀 문화가 형성된다. 솔직히 올해는 쉽진 않았다. 창단 첫 해라 이런 저런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도 2020시즌 중 U-18 팀 선수들 몇 명이 프로에서 훈련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박 감독님이 최근 ‘내년엔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라고도 말했다. 프로팀에 최대한 협조하며 적절한 방향을 고민하겠다.”



 

b11: 비 선수 출신 지도자로서 느끼는 점이 궁금합니다.

“선수와 비 선수를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이미 경계가 사라진 상황이다. 일례로 포르투갈 쪽은 이미 검증을 마치고 프로 지휘봉을 잡은 비 선수 출신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결국은 ‘실력’이다. 선수와 비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능력이 있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럽에서 생활을 하며 배운 점이 이것이다. 내가 실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나아가지 못한다면 내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 선수 출신 지도자로서 목표는 딱히 없다. 그저 ‘안 되는 건 없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앞으로 올라갈 일도 혹은 떨어질 일도 일어나겠지만, 그런 두려움은 없다. 그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추구하며 살 생각이다.”

b11: 충남아산과 함께할 2021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선수단 구성을 순조롭게 마치는 게 1차적 목표다. 그러고 나서는 2020년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충남아산에 부임했을 때 경기 모델과 훈련 모델을 모두 생성해뒀다. 어떤 방식으로 축구를 할 것인지,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전환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기준을 만들었다. 2020년도 그렇게 했고, 2021년도 우리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 기조를 선수단의 수준에 맞춰서 적절하게 변형해야 한다는 과제는 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충남아산 FC 제공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