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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 대표 인터뷰] 반드시 ‘틀’을 다지겠다는 야심찬 리더

작성자 : 관리자2020-12-14  |  VIEW 835


(베스트 일레븐=아산)

이운종 충남아산 FC 대표이사는 2020시즌 첫 창단한 구단의 선장 노릇을 하고 있다. 만만찮은 첫 시즌이었다. K리그라는 낯설고 커다란 바다에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성적도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진 못했다. 그러나 미래를 봤다. 희망찬 미래, 아무나 꿈꿀 수 없는 미래를 떠올렸고, 그 미래에 걸맞은 고민을 지속했다.

그래서 2021시즌을 기대하는 이 대표이사다. 2020시즌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과정이었다면, 2021시즌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단계다. 물론 단 몇 년 만에 충남아산을 ‘100년 가는’ 클럽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 현실이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이 대표이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대한 토대를 닦아놓으려 한다. 자신이 초석을 잘 닦아둔다면, 자신이 아닌 누가 구단의 선장이 되더라도 방향성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가리라는 믿음이 있다.

<베스트 일레븐>은 충남아산의 2020시즌을 정리하며 이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 대표이사는 K리그의 ‘막내 클럽’이 얼마나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자신이 그 시발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이사의 뜻대로만 된다면야 충남아산은 정말이지 탄탄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b11: 쉽지 않았던 한 시즌, 그리고 창단 첫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소회가 궁금합니다.

“예상보다 할 일이 많더라. 그래도 새로운 도전이 재미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미래를 그려봤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시민 구단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심에 가득 찼다. 그래서 내년의 화두는 마케팅 역량 강화가 될 거다. 스토리를 입혀 구단과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찾는 게 핵심이다. 일회성이 아닌, 계속해서 같이 갈 수 있는 동반 마케팅을 지향하려고 한다.”

b11: 쉽지 않은 여정이 될 듯합니다. 당장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 계획을 잡았나요?

“올해 충남아산 1년 차를 지났다. 앞으로 다가올 2~3년 차에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마케팅에 힘을 쏟을 텐데, 그래서 2021년부터는 선수단 운영 인력을 제외하고는 저를 포함한 프런트 전원이 마케팅에 집중할 거다. 구단의 누군가와 친해서 억지로 지원을 받는 방식은 지양한다. 충남아산이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시민구단 최초로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의 목표이자 꿈이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힘들 거다’라고 말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려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b11: 마케팅 관련해서 떠오르는 아이이어들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가 생각난다. 도내에 축구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구단의 연습 경기를 보여준다든지, 매치데이에 장날을 꾸려 볼거리와 놀거리를 만들어준다든지 등이다. 아, 선수들을 멋지게 꾸몄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선수들, 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외형적 특색을 강화해야 한다. 머리를 밀든지, 수염을 기르든지, 염색을 하든지, PR을 해야 한다. 이재건을 보라. 셀레브레이션을 멋지게 하니 주목을 받지 않았나. 계속해서 이슈를, 이유를 생산해야 한다.”

b11: 후원사들의 지원은 어떤가요?

“메인 스폰서인 푸드렐라가 꾸준하게 충남아산을 돕고 있다. 이번에도 기존 금액에서 25%를 증액했다. 아산 무궁화 FC 시절부터 연을 맺었던 푸드렐라는 우리의 귀한 파트너다. 푸드렐라 대표는 외국에서 영업을 하며 축구단 이야기를 하면 대화가 한층 쉬워진다며 만족해한다.”b11: 최근 스페인 라 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카디스와 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소년을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카디스와 MOU는 그렇게 체결됐다. 카디스는 아시아 마케팅을 원했고, 우리는 그들의 구단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 아울러 우리 유소년 선수에게 카디스가 해외로 나가는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 카디스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재능 있는 유스를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b11: 충남아산의 특별한 점 중 한 가지는 UEFA 라이선스를 보유한 오동훈 감독을 U-18 팀의 리더로 채용했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U-18 감독직이 공석이라 구인 공고를 냈고, 인사위원회 7인의 평가를 통해 오 감독을 최종 선발했다. 주변의 분위기는 안다. 오 감독이 비 선수였고 이 지역 출신도 아닌지라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나는 절차에 맞춰 오 감독을 택했고, 오 감독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충남아산은 머잖아 U-12부터 U-18까지의 유소년 시스템을 완비할 텐데, 그 과정에서 해외 경험이 풍부한 오 감독의 역량이 몹시 중요할 거다.”

“몇몇 유소년 지도자들은 자기계발보다는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사기라고 본다. 공부하지 않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사기다. 선수들에게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스승이 돼야 한다. 오 감독은 그런 점에서 훌륭하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도 딱 그것이다. 성적보다는 유소년 선수들의 진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

b11: 오 감독과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이 구단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맞다. 솔직히 2020년은 그런 점이 부족했다. 창단 첫 해라 체계가 안정되지 못했고, 그래서 오 감독과 박 감독이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제도적으로 박 감독과 오 감독의 협동을 도울 생각이다. 현재 프런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결론적으로 프로와 U-18이 연계성을 갖추도록 만들겠다.
 




b11: 충남아산, 사실 사라질 뻔도 했습니다. 그즈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맞다.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로 비유하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가 태어난 셈이었다. 그러나 낳았으면 잘 키워야하지 않겠나.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왔다. 나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단 3~5년 안에 자립도를 50%로 끌어올려 시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다. 나아가 외압을 싹 차단할 생각이다. 나는 타협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 난처한 일, 다 예상하고 왔다. 불합리한 무언가가 나의 귀에 들린다면, 내 자리를 걸고서라도 그 일을 쳐내며 꿋꿋이 나아가겠다. 그렇게 해야 구단의 ‘틀’이 설 거다. 실제로 부임 후 이런 저런 부탁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들어주지 않으니 싹없어지더라.”

b11: 정해진 임기는 2021년까집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겠다. 시민구단, 선거철마다 흔들리는 게 사실이다. 연속성·지속성 있는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또한 시민구단은 세금 먹는 하마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래서 내가 체계를 만들겠다. 임기가 얼마나 될 진 모르겠으나, 이곳에 머무는 한 투명 경영을 통해 틀을 만들겠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두면 누군가 뜻을 이어가리라고 믿는다. 충남아산의 방향성을 이어야만 하게끔 주춧돌을 잘 놓겠다. 충청남도와 아산에, 충남아산이 꼭 필요하다는 구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

b11: 교육업에 종사했고, 아산시 체육회에서 일하다가, 축구계에는 처음으로 발을 내밀었습니다. 축구계 리더로서의 1년, 어땠나요?

“나는 새로운 일을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즐기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뿐이다. 지금도 그렇게 보내고 있다. 2020년엔 이런 저런 일이 많았지만, 부정적 측면을 개선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굳어졌다. 지역에서 구단을 바라보는 아니꼬운 시선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러니 내 생각의 끝에 재정 자립도가 있다.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충남아산은 달려가야 한다. 속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

b11: 2021년, 초석을 놓기 위한 정말 중요한 시간이 될 듯합니다.

“원 팀이 되는 과정에는 진통이 있다. 사실 무슨 일을 하든 진통이 있다. 어렵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일이 즐거우면 극복하면 된다. 구단이 골칫거리가 되면 선거에서 시민구단은 공약에 포함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가 ‘구단을 꾸려가야 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능력 없는 자식이 부모에게 매달리듯 살아가는 방식은 더는 곤란하다. 2021년은 명분 있는 구단이 되는 시작점이 될 거다. 축구단이 지역에 활력이 되게끔 다방면에서 심도 있는 고민을 이어가겠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충남아산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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