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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축구단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산’을 몰랐다

작성자 : 관리자2019-03-26  |  VIEW 1125


몇 년 전 텔레비전을 보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부산MBC에서 방영하는 <좌충우돌 두 남자의 만국유람기>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리스를 소개했는데 VJ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반갑다는 듯 답변했다. 그런데 그의 말은 놀라웠다. “Very good football team, Pohang Steelers!”

 

여행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그리스인이, K리그 구단에 대해 언급한 건 놀라운 일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까지도 포항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포항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세계클럽월드컵에까지 나갔다. 유니폼에 포항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면서 그들이 이뤄낸 성과는 단순히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머물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 ‘SEONGNAM’이라고 검색해 보자. 성남의 으리으리한 시청 건물 사진 대신 성남FC가 경기하는 사진이 훨씬 먼저 뜬다. 전세계인들은 성남이라고 하면 3,222억 원의 건립 비용이 든 성남시청사는 몰라도 황의조가 뛰던 성남FC는 안다. 이게 바로 스포츠가 가진 힘이다. 우리가 가본 적도 없는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를 아는 것도 이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축구가 아니었더라면 키예프, 상트페테르부르크, 프라하를 알 리 없었을 것이다.

 

과거 서울시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25억 원이나 후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울시는 그러면서 맨유 경기 도중 경기장 내 광고판을 통해 서울시를 홍보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극히 적었다. 차라리 그 25억 원으로 FC서울이 초대형 이적을 성사시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하는 게 훨씬 더 홍보 효과가 컸을 것이다. 전세계인이 사랑하는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렇듯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홍보 효과를 지녔다. 축구 그 자체로도 홍보 활동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K리그에서 대구FC 열풍이 불고 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이후 지역 경제까지 살아나고 있다. 매진된 경기 티켓을 두 배 가격을 주고라도 사겠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침체됐던 지역 상권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경기장 인근 카페와 음식점, 대형마트는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평소보다 4~5배 많은 손님으로 붐빈다. 여기에 일본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호주 멜버른 빅토리와의 경기를 앞두고 해외 원정응원단을 대구로 유치하기 위해 치맥파티이벤트 여행상품 등을 히로시마 현지에서 판매 중이다.

 

축구단 하나 잘 운영해 대구시 전체에 생기가 돌고 있다. 그리스인이 평생 가볼 일 없는 포항시에 대해 아는 것도, 일본과 호주, 중국 팬들이 대구시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것도 이유는 딱 하나, 축구 때문이다. 아무리 수십억 원을 홍보에 투자하더라도 이 정도의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더군다나 지역내 마땅한 관광 상품이나 랜드마크가 없는 도시라면 더더욱 이런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지역명을 달고 뛰는 축구에서는 곧 구단의 이미지가 그 지역의 이미지가 된다.

 

충남 아산을 떠올려 볼까. 솔직히 이 도시를 잘 몰랐다. 그냥 지방 어딘가에 있는 시골 마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아산을 가볼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아산과 안산도 헷갈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산이 평택만 넘어가면 금방 도착하는 동네라는 것도 알았고 천안하고는 미묘한 경쟁 의식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아산에 가면 꼭 가야하는 통닭집과 중화반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곳에 축구가 있기 때문이다. 아산무궁화라는 매력적인 팀 경기를 보러 다니다보니 어느덧 아산에 대한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비단 나 뿐 아니다. 아산무궁화는 전국적으로 아산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산은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가 아니라 아산에 대해 잘 아는 외지인들은 별로 없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아산을 검색하면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아산 도고 파라다이스아산 지중해마을’ ‘아산 세계꽃식물원과 함께 뜬다. 아산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아산에는 그다지 볼 게 많지 않다. 그런데 아산무궁화가 아산을 홍보하는 요소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포털사이트 광고는 광고료가 꽤 비싼 편인데 아산무궁화 덕분에 아산시 전체가 알려지고 있다.

 


 

구단 프런트 12명과 지도자 9명 등 단 21명에 불과한 선수단에 19억 원의 1년 예산을 지원하는 걸 떠올려 보면 투자 대비 대단히 훌륭한 홍보 효과다. 참고로 아산시는 신정호수공원 물놀이장 확장공사에만 20억 원을 투입했다. 이 정도 예산으로 아산시를 홍보할 수 있는 구단을 운영 중이라는 건 대단히 남는 장사다. K리그2 무대에서 최정상으로 꼽히는 이들이 조금만 더 성적을 낸다면 이 홍보 효과는 더더욱 커질 것이다. 천안과 온양, 아산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던 이들에게 이제 아산은 천안보다 훨씬 축구를 잘하는 지역으로 기억되게 됐다.

 

축구단이 외부적인 홍보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 지난 해 아산무궁화가 존폐 위기에 몰렸을 당시 아산무궁화 유소년팀 학부모들의 간절한 요구가 있었다. 이들은 자칫 팀이 해체될 경우 갈 곳 없는 신세가 돼 축구를 그만둘 처지에 놓였었다. 그들은 당시 오세현 시장을 만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아산 축구를 꼭 살려달라고 했다. 아산은 극적으로 살아났고 현재도 아산시에 거주하는 이 어린 선수들은 구단의 지원을 받아 축구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프로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산하 유소년 팀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프로축구단이 존재하는 건 단순히 프로 선수 몇 명을 위한 게 아니라 그 지역 축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거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성인 선수들이 있을 뿐 그 밑을 받치는 유소년 선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근 도시인 천안과 아산의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프로팀이 없는 천안이 대표팀 경기를 이따금씩 유치하는 동안 아산은 유소년 선수들이 지역 축구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프로구단에서 보유한 지도자들이 지역내 어린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질 수 없는 교육적 가치가 있다.

 

단순히 프로축구단을 세금 먹는 하마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도 엄청날뿐더러 프로축구단이 있음으로 인해 그 혜택을 받는 지역내 아이들까지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따질 수 없는 게 있다. 대구FC가 펄펄 날고 있는 경남FC도 아시아 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 모습은 시·도민구단이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팀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잘 만든 프로축구단 하나, 열 홍보대사 부럽지 않다.
출처 : 스포츠니어스
링크 : https://bit.ly/2U7my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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