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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축구하고 싶다”던 충남아산, ‘그날’이 온다

작성자 : 관리자2020-04-28  |  VIEW 1158



마음 편히 축구에만 집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충남아산프로축구단(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몸 상태 유지와 긍정적인 분위기에 초점 맞춰 개막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훈련 진행하지 못하는 등 고민 많았다”
-“바나나 우유 걸고 골대 맞추기 게임 진행하는 등 밝은 분위기로 훈련 이어왔다”
-“올 시즌 경기 수 줄어들면서 승격 노리는 팀들의 부담 더 커질 것”
-“33명 중 30대는 단 3명뿐, 팀에 자신감 붙으면 어떤 일 벌어질지 모른다” 


[엠스플뉴스]
 
2019년 11월 9일 충청남도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 지난 시즌 최종전을 마친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충남아산프로축구단의 전신) 박동혁 감독과 선수들의 바람은 딱 하나였다. 원정팀 FC 안양에 1-4로 패하며 2019시즌을 마친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경기 후에도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마음 편히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이날 박 감독과 선수들이 공통으로 한 말이다. 안양 김형열 감독 역시 아산이 지금처럼 아산시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 성장했으면 한다는 응원을 전했다. 
 
이로부터 19일 뒤 아산의 바람이 이뤄졌다. 충청남도와 충남도의회, 아산시와 아산시의회가 ‘아산시민프로축구단 창단 운영 지원 협약식’을 개최하고 아산무궁화축구단의 명맥을 이을 새로운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충남아산FC) 초대 주장 박세직은 이 순간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오늘처럼 내일도 훈련장에서 땀 흘릴 수 있다. 이젠 우리가 시민구단 재창단을 위해 힘쓴 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올 시즌 개막 무기한 연기···“마음고생은 더 안 할 줄 알았는데...”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초대 주장 박세직(사진 맨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충남아산FC는 1월 6일 부산에서 올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1차 전지훈련에서 체력을 끌어올린 뒤엔 경상남도 남해로 이동해 팀 전술을 가다듬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 1, 2차 전지훈련을 마친 후엔 아산으로 이동해 3월 1일 부천 FC와의 올 시즌 K리그2 개막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충남아산FC의 재창단 후 첫 경기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월 24일 코로나19로 올 시즌 개막을 무기한 연기한 까닭이다. 
 
박동혁 감독은 마음고생은 더 안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웃은 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힘든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코로나19로 훈련장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막일이 명확하지 않아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힘들었다. 선수들이 1, 2차 전지훈련에서 만든 몸을 유지하도록 온 신경을 기울였다고 했다.
 
충남아산FC엔 젊은 선수가 많다. 올 시즌 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33명 가운데 30대는 주장 박세직(30)을 포함해 세 명뿐이다. 
 
박 감독의 걱정이 커진 건 이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과 비교해 경험이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개막 연기와 같은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박세직, 정다훤(32), 김종국(31) 베테랑 3인방이 중심을 잡았다. 박세직은 “나 또한 이런 경험이 처음인 까닭에 당황했던 게 사실”이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주장이 흔들리면 팀이 무너질 수 있다. (정)다훤이 형, (김)종국이 형의 도움으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코로나19로 개인 훈련 시간이 많았다. 후배들과 효율적인 운동법을 공유하면서 컨디션이 가라앉지 않도록 힘썼다. 특히나 억지로 동기부여를 갖고 훈련할 필요가 없다는 걸 강조했다. 4월 24일 이전까진 시즌이 언제 시작할지 몰랐다. 기약 없는 개막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보다 하루하루 다치지 않고 운동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즐기자’는 말을 많이 했다.
 
충남아산FC, 축구에만 집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첫 외국인 선수 필립 헬퀴스트(사진 왼쪽부터), 무야키치(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코로나19로 훈련장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순 없었지만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박동혁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흥미를 더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시즌 개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강도 높은 훈련보다 감각을 유지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박세직은 무거운 분위기 속 진행한 훈련은 없었다며 볼 뺏기 훈련으로 몸을 푼 뒤 기본적인 패스와 전술 훈련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엔 바나나 우유를 걸고 골대 맞추기 게임을 진행했다. 모든 선수가 승패와 관계없이 웃으면서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충남아산FC엔 클럽하우스가 없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집에서 훈련장을 출·퇴근한다. 
 
일과를 마쳐도 자유는 없다. 코로나19로 여가 생활이 제한된 까닭이다. 
 
박 감독이 훈련장 분위기를 밝게 가져가려고 한 건 이 때문이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며 선수들의 고충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무기력한 날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감독의 요구를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힘겨운 시기를 지나 개막일이 정해졌다. 그간 힘겨웠던 점들을 그라운드 위에 풀어냈으면 한다고 했다. 
 
올 시즌 K리그는 5월 8일 개막한다. 공식 개막전에선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지난해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이 대결을 벌인다. 9일과 10일엔 나머지 K리그1, K리그2 1라운드가 치러진다. 
 
연맹이 올 시즌 K리그 개막일을 확정하면서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K리그1, K리그2 모두 경기 수 축소를 결정했다. K리그1은 파이널 라운드 포함 38경기에서 27경기로, K리그2는 기존 36경기에서 27경기로 줄였다. 
 
충남아산FC는 이 변수가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박 감독은 우승권 팀은 매 경기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경기 수가 줄면서 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우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처지는 건 사실이다. 잃을 게 없다. 후회 없이 부딪치면 축구계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세직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세직은 개막일이 확정되고 팀 분위기가 확 올라갔다.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특히나 팀엔 어린 선수가 많다. 자신감이 붙으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우승 후보는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러나 ‘돌풍’의 주역이 될 순 있다. 지난해보다 9경기 줄어든 27경기다. 모든 걸 쏟아내겠다고 했다. 
 
충남아산FC는 이번 주 K리그1 두 팀과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른다. 이 가운데 한 팀은 K리그1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 단계 높은 팀과의 평가전은 전력을 끌어올리고 경험까지 쌓을 기회다. 
 
아무런 걱정 없이 축구에만 집중할 충남아산FC의 첫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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