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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였던 아산, 현실로 만들어 가는 축구도시의 꿈

작성자 : 관리자2017-08-08  |  VIEW 2255


이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 아산 무궁화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까?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참 애매한 곳이죠?”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은 내게 구단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취재를 다니는 기자의 입장에서 아산 무궁화의 오후 7시 경기는 정말 애매하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까지 마치면 오후 10시 가량에 모든 일이 끝난다. 이 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바로 서울로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하루 숙박을 하고 올라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당일치기를 하기에는 너무 멀고 1박 2일로 오기에는 너무 가까운 그런 애매한 곳이 바로 아산이다.


하지만 아산의 축구는 애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축구 불모지’였다. 불과 약 10년 전만 하더라도 아산에는 성인 아마추어 팀은 커녕 유소년 팀 하나 제대로 찾기 힘들 정도였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년에 한 번 갈지도 모르는 곳인 셈이다. 나 역시 아산하면 아산만방조제나 온천 정도가 생각날 뿐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아산은 프로축구단을 가지고 있는 21개 도시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고작 창단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소도시라 발전 가능성이 낮다? ‘잠재력’에 주목하다


아산의 인구는 약 32만 명이다. 현재 K리그 챌린지에서 시민구단을 운영하는 지자체 중 가장 적은 규모다. 도시의 인구는 곧 세금의 규모다. 아산보다 규모가 큰 지자체도 시민구단을 운영하면서 재정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아산은 계속해서 무궁화 축구단을 운영할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지금 아산의 상황은 시민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또다른 통계 자료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인구증가율이다. 아산의 인구증가율은 전국 지자체 중 상위권이다. 최근에는 약간 주춤하고 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구 감소가 고민인 가운데 꽤 주목할 만한 성과다. 아산은 각종 산업 단지 개발 등 앞으로도 인구가 증가할 수 있는 요소가 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평균 연령이다. 현재 아산시의 평균 연령은 38.2세다. 전국 평균 연령은 41.2세고 충남 평균 연령은 42.2세다. 상당히 젊다. 지역이 개발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산은 다르다. 젊어지고 있고 늘어나고 있다.


아산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기에는 한계점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아산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아산은 미래지향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 당장 무언가 성과를 내는 것보다 먼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하드웨어부터 만들자’ 아산의 기반 다지기


그렇기 때문에 아산 구단의 방향은 명확하다. ‘선 하드웨어’다. 아산 축구가 먼 미래에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내에 축구 인프라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다른 곳에 비해 아산은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 현재 아산 구단은 이 산들을 넘기 위한 여정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산시 자체에 체육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소도시였을 당시 만들어졌던 체육 시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사정은 많이 나아졌다. 전국체전을 유치하면서 대회 개최에 필요한 스포츠 시설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재정 지원의 한계도 존재한다.


무궁화 축구단이 아산에 자리하면서 인프라 구축의 당위성은 조금이나마 생겼다. 하지만 재정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을 수도 없다. 결국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야 한다. 아산은 지역 특성을 적극 활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리고 몇 가지는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럽하우스다. 사실 현재 아산 무궁화 축구단은 클럽하우스가 필요 없다. 선수단이 모두 의경이기 때문에 경찰대학 내에서 거주한다. 선수단 숙소 등이 확보되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들을 클럽하우스로 끌어낼 필요성은 비교적 적다. 하지만 아산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유소년을 위한 클럽하우스다.


이순신종합운동장

경기장 조명의 조도를 해결하기 위한 보수 비용은 생각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아산이 추진하고 있는 유소년 전용 클럽하우스는 비용 절감과 농촌 지역 활성화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폐교 재활용’이다. 현재 아산시에는 폐교가 굉장히 많다. 인구가 늘어나는데 폐교가 많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주거 단지를 중심으로 새 학교가 늘어나 기존 농촌 지역 학교가 통합되거나 없어지면서 폐교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현실화를 위해서는 지역 교육청 등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뿐만 아니라 조심스럽게 소규모 축구전용구장 건립의 꿈도 꾸고 있다. 비록 현재의 홈 구장인 이순신종합운동장이 지난 2014년에 리모델링 했지만 조명 조도 개선 등 향후 추가적인 유지 보수 작업 비용과 관중들의 관람 환경을 고려했을 때 축구전용구장이 결코 나쁜 옵션은 아니라는 것이 구단의 판단이다.


최근 부천FC1995 구단주인 김만수 부천시장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좌석을 떼다가 새로운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넌지시 그의 아이디어를 구단 관계자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상당 부분 협의가 이미 진행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는 가변석의 안정성 등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서울 이랜드 경기장까지 답사하고 왔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즉 아산의 새로운 축구전용구장은 평창 올림픽에 사용됐던 좌석을 활용해 비용을 상당 부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결국은 사람’,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아산


아산의 인프라 구축은 조금씩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인프라 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경기다.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축구장과 같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사람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는 그 지역에서 좋은 선수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분명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재 아산에서는 이런 시스템의 구축이 진행 중이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의 단계를 하나의 피라미드로 본다면 아산은 최정점인 프로 팀만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21개월 잠시 왔다 가는 선수들로만 구성된 경찰 팀이다. 성인 팀을 바꾸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새로운 구단을 만들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아산의 시선은 그 아래로 향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아산은 유소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7월 2일 U-18 팀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팀에 대한 아산의 기대감은 상당히 크다. 잠재력 있는 선수를 찾아 최고의 선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은 예산의 부담을 딛고 선수들에게 소요되는 경비를 전액 지원한다. 다른 프로 팀과 같은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유소년 공개 테스트

현재 아산의 포커스는 성인 팀보다 유소년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아쉬운 점은 있다. 아산 관내 학교와 협약을 맺지 못해 유소년 클럽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관내 고등학교 몇 군데와 접촉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들이 학내 면학 분위기를 해칠까봐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더라. 아쉽지만 이 분들이 이런 인식을 갖게된 것도 축구인들의 책임 아닌가.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 박성관 아산 대표이사의 말이었다.


U-18 팀이 완성되면 아산의 기초적인 유소년 시스템은 완성된다. 중학교 단계인 U-15 팀과 초등학교 단계인 U-12 팀은 기존 아산에 있는 ‘스마트아산FC’를 흡수한다. 이 팀은 과거 박 대표이사가 아산축구협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직접 만든 팀이다. 아산은 엘리트 유소년 시스템을 완성하는 대로 미취학아동,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보급반 구축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아산이 이렇게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성과는 분명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점이 존재한다. 아산에서 자란 유소년들이 아산의 성인 팀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우리가 키운 유소년들이 연령별 대표팀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일단 최고의 유망주를 키우는데 주력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산에서 큰 좋은 유망주들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은 ‘아산 출신’일 뿐이지 ‘아산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 축구계의 입장에서는 ‘잘 키운 선수 다른 지역에 뺏기는 꼴’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결국 이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 아산은 미래에 가장 크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시민구단 창단이다.


‘축구 불모지’였던 아산은 ‘축구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아산에 프로 팀이 생기면서 축구 불모지였던 아산은 이제 축구 도시로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산 축구가 꿈꾸는 목표는 ‘축구 자족’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들부터 성인 팀까지 시스템을 탄탄히 갖추면서 아산에서 좋은 선수를 배출하고 아산이라는 도시에 축구라는 스포츠 콘텐츠가 시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지역 사회의 관심은 크다. 이 점은 긍정적이다. 박선재 사무국장이 “요새 우리 성적이 굉장히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분들이 굉장히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걱정해주신다. 요즘은 만날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할 정도다. 아직까지 농촌의 특성이 남아있는 도시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애향심이나 지역 단합이 잘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특히 복기왕 아산시장의 관심은 대단하다. 아산의 여러가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은 복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 역시 한 몫 한다. 홈 경기 대부분을 직접 관람하고 원정 경기나 중요한 일로 경기장을 찾지 못할 때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볼 정도라고 구단 관계자는 귀띔한다. 구단과 지자체가 서로 관심을 갖고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산 무궁화 복기왕

복기왕 아산시장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이 정도라면 그냥 시민구단을 창단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궁화 축구단을 먼저 선택했다. “시민구단 창단을 생각해보지 않은 적도 없고 향후 시민구단 창단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라는 것이 박 대표이사의 생각이다. 아산 구단은 지역 인구가 약 50만 명이 넘은 이후에 시민구단을 창단해야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언젠가는 아산 시민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지금 당장은 아니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무궁화 축구단이 아산에 둥지를 틀기 전 아산시는 시민구단 창단을 고려한 적 있었다. 그 때 당시 시청자와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청춘FC와 손을 잡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운영 비용으로 약 50억 원의 예산을 요구하자 아산은 창단의 뜻을 접었다. 청춘FC가 K리그 챌린지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 했다. 대신 무궁화 축구단이 아산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아산은 창단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팀이다. 인구 30만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생각지도 않게 프로축구단이 생겼다. 이들이 가져온 변화는 결코 작지 않았다. 여자농구 시즌이 끝나면 한산하던 이순신종합운동장 주변이 1년 내내 북적이기 시작했고 스포츠 매체에서도 아산의 이름이 더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온천, 아산만방조제에 이어 아산을 알리는 존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이것만 해도 큰 성과다.


하지만 아산은 이 작은 변화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때 축구 불모지라고 평가 받았던 아산이 이제는 충남을 대표하는 축구 도시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미래에 생길 아산 시민구단을 충남 지역과 K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무궁화 축구단은 산파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우리가 아산에 프로축구단이 생길 것이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듯이 또 몇 년 뒤에는 아산이 또다른 일을 낼지도 모른다. 인구 32만의 소도시에 생긴 프로축구단이다. 다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묘하게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의 모습처럼 그들의 발전 역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게 되지 않을까.


wisdragon@sports-g.com

*기사 원문: ‘불모지’였던 아산, 현실로 만들어 가는 축구도시의 꿈 http://sports-g.com/2KT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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