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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 앞이라 더욱 빛났던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의 용병술

작성자 : 관리자2020-10-06  |  VIEW 1094


 

 

[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한 용병술이었다.
 

4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충남아산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김원석과 이재건, 브루노의 릴레이 골에 힘입은 홈팀 충남아산이 안드레와 박용지의 골에 그친 대전을 3-2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에게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박 감독이 만나게 되는 대전의 수장은 조민국 감독대행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울산현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기억이 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선수였던 박동혁은 한 구단의 감독이 됐고 조 감독대행 또한 대전의 소방수로 등판하면서 이 대결이 이루어졌다. 사제지간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이날 충남아산의 선발 명단에는 의아한 점이 있었다. 공격진에 제법 큰 변화를 줬다. 최전방 공격수에 김원석을 내세웠고 측면에 박민서를 배치했다. 리그 3위의 강팀 대전을 상대로 충남아산은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승격 플레이오프와 거리가 멀다지만 충남아산 또한 최하위 탈출을 위해 매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김원석의 경우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7경기가 교체 투입이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득점이 없었다. 평소 충남아산의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무야키치 또는 김찬의 몫이었다. 물론 무야키치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빠졌지만 김찬이 아닌 김원석을 주전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여기에 박민서의 투입도 놀라웠다. 박민서는 8월 22일 전남전 이후 약 한 달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선발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한 박민서는 에이스급 활약을 선보였던 지난 시즌에 비해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 그 와중에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고 있는 이재건이 맹활약을 펼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력 상으로 충남아산의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놀라웠다. 박동혁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전반 22분 대전 서영재의 퇴장도 영향을 미쳤지만 충남아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39분 김원석이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박 감독의 믿음에 김원석은 완벽하게 부응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원석의 집념 또한 돋보였다.
 

박 감독의 용병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민서의 경기 감각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충남아산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재건을 대신 투입했다. 이 카드는 4분 만에 적중했다. 이재건은 기다렸다는 듯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모두가 탄성을 자아낸 아름다운 궤적의 골이었다.
 

특히 상대 전술에 따른 대응도 눈여겨볼 만 했다. 대전이 교체카드를 활용하면서 중앙 수비수 이정문을 최전방에 올리자 박동혁 감독은 곧바로 장순혁을 투입하면서 백 스리로 전환했다. 이정문의 높이를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물론 대전의 두 번째 골 장면에서 이정문이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기여했기에 쏠쏠한 효과를 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경기 후 박동혁 감독은 “전반전에는 빠른 선수들로 대전을 괴롭힌 다음 후반에 이재건 등 개인 능력이 있는 선수들을 투입해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었다”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은 “운이 따라준 경기”라고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용병술은 좋은 운이 따라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빛났다. 특히 상대가 은사인 대전 조민국 감독대행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글=스포츠니어스 조성룡 기자 (wisdragon@sports-g.com)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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